30년 동안 한 번도 안 바뀐 숫자
돈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디에 넣을까가 아닙니다. 내가 이겨야 하는 상대가 누구냐입니다. 상대를 잘못 알면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집니다.
대부분은 이렇게 배웠습니다. "물가가 2~3% 오르니까 그것보다 높은 수익을 내면 된다." 그래서 예금 3%면 안심하고, 4%면 잘했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진짜 상대는 따로 있습니다. 숫자부터 보시죠.
GDP 대비 122.6%
달러
원화로 환산
증가액
1년에 3,948조원. 하루에 10.8조원씩 늘어납니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이 700조원 정도니까, 미국은 두 달 반마다 대한민국 1년 예산만큼 빚을 더 냅니다.
여기까지는 다들 아시는 얘기일 겁니다. "미국 빚 많다." 그런데 제가 진짜 보여드리고 싶은 건 이 다음입니다.
이게 이 글의 전부입니다
부채 증가율을 기간별로 나눠서 계산해봤습니다.
| 기간 | 당시 부채 | 현재 | 연평균 증가율 |
|---|---|---|---|
| 최근 1년 | 36.21조 | 39.07조 | 7.87% |
| 최근 3년 | 31.46조 | 39.07조 | 7.49% |
| 최근 5년 | 28.13조 | 39.07조 | 6.79% |
| 최근 10년 | 19.26조 | 39.07조 | 7.33% |
| 최근 20년 | 8.37조 | 39.07조 | 8.01% |
| 최근 30년 | 5.12조 | 39.07조 | 7.01% |
보이십니까. 전부 7% 언저리입니다. 가장 낮은 게 5년 구간 6.79%, 가장 높은 게 20년 구간 8.01%. 여섯 개가 1.2%포인트 폭 안에 전부 들어옵니다.
이게 왜 놀라운 일이냐. 이 3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번 떠올려 보세요. 닷컴버블이 터졌고, 9·11이 있었고, 금융위기가 왔고, 코로나가 왔습니다. 대통령이 다섯 번 바뀌었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번갈아 집권했습니다. 긴축도 했고 완화도 했습니다.
그런데 부채 증가율은 7% 언저리를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이건 누가 잘못해서 생긴 사고가 아닙니다. 제도가 그렇게 굴러가게 설계되어 있는 겁니다. 사고는 고칠 수 있지만 설계는 못 고칩니다. 적어도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은요.
72법칙 아시죠. 72를 증가율로 나누면 두 배가 되는 기간이 나옵니다. 72 ÷ 7.3 = 약 9.9년. 10년마다 두 배씩 늘어납니다. 실제로 10년 전 19.26조가 지금 39.07조가 됐습니다. 정확히 두 배입니다.
그래서 기준이 틀렸습니다
자, 이제 아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이겨야 하는 상대는 누구입니까.
물가 2%라고 배우셨죠. 그런데 물가는 결과입니다. 원인은 돈이 늘어나는 속도고, 돈이 늘어나는 이유는 빚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순서로 보면 이렇습니다.
빚이 늘어난다 → 그 빚을 누군가 사줘야 한다 → 사줄 사람이 없으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산다 → 돈이 늘어난다 → 물가가 오른다
우리는 이 사슬의 맨 끝(물가)을 보고 자산관리를 합니다. 그런데 맨 앞(부채)이 연 7%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물가가 2%인데 부채가 7%면 그 차이 5%는 어디로 갔을까요. 자산 가격으로 갑니다. 집값, 주식, 금으로요. 그래서 "물가는 별로 안 올랐는데 왜 집은 못 사지"라는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물가만 보고 있으면 이 5%가 안 보입니다. 그리고 이 5%가 30년 쌓이면 어떻게 되는지, 여러분은 이미 부동산에서 목격하셨습니다.
기준을 물가 2%에서 부채 7%로 바꾸는 순간, 여러분이 지금까지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음 장이 그 이야기입니다.
현금은 0%가 아닙니다 — 매년 마이너스입니다
현금을 들고 계신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십니다. "손해는 안 보잖아. 0%지."
명목으로는 맞습니다. 1억이 1억입니다. 그런데 세상의 빚이 매년 7%씩 늘어나는 동안 내 1억이 그대로라면, 그 1억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매년 줄어듭니다.
계산해봤습니다. 부채 증가율을 기준으로 잡고, 현금 1억원의 구매력이 어떻게 되는지 보시죠.
| 보유 기간 | 그동안 부채는 | 달러 현금 1억 | 원화 현금 1억 |
|---|---|---|---|
| 1년 | 1.08배 | 9,270만원 | 9,330만원 |
| 3년 | 1.24배 | 8,050만원 | 7,700만원 |
| 5년 | 1.39배 | 7,200만원 | 6,050만원 |
| 10년 | 2.03배 | 4,930만원 | 3,990만원 |
10년입니다. 원화 현금 1억원은 3,990만원이 됩니다. 통장에 찍힌 숫자는 1억 그대로인데요.
여기서 "그건 계산 방식일 뿐이잖아"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이건 물가 기준이 아니라 부채 기준 구매력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사고 싶은 게 라면과 우유라면 물가 기준이 맞고, 집이나 주식이나 금이라면 부채 기준이 훨씬 정확합니다. 자산 가격은 물가가 아니라 돈의 양을 따라가니까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돈을 모으는 이유는 라면이 아니라 집입니다.
· 현금의 수익률은 0%가 아닙니다. 부채 기준으로 매년 −7% 내외입니다.
· 원화 현금은 여기에 원화 절하가 얹혀 10년에 −60.1%였습니다.
· "원금 보장"은 숫자를 보장한다는 뜻이지 가치를 보장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런데 주식이 비싼 것도 사실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면 "그러니까 주식 사라는 거네"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 말을 안 하겠습니다. 주식이 싼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흔히 알려진 것보다 결이 좀 다릅니다.
현재 PER (실적 기준)
선행 PER (예측 커버 96%)
(금리 4.66%의 역수)
나스닥100 PER은 BUSTUDY 나스닥100 계산기가 구성종목 94개의 시가총액 가중 조화평균으로 매일 산출하는 값입니다.
맨 오른쪽 숫자를 먼저 설명드리겠습니다. 국채 금리 4.66%를 뒤집으면 21.5입니다. "국채는 PER 21.5배짜리 자산"이라는 뜻이에요. 원금 떼일 걱정이 사실상 없는 자산이 21.5배인 셈입니다.
여기에 나스닥100을 대보면 이렇게 됩니다.
· 실적 기준으로 보면 30.8배 대 21.5배 → 주식이 43% 비쌉니다.
· 선행 기준으로 보면 23.2배 대 21.5배 → 주식이 8%밖에 안 비쌉니다. 사실상 비슷합니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지금 주식 미쳤다"는 말을 많이 들으셨을 텐데, 앞으로의 이익 전망을 반영하면 채권과 큰 차이가 안 납니다. 물론 그 전망이 맞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죠. 실적이 예상만큼 안 나오면 23.2배는 30.8배 쪽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러니까 정확한 표현은 이겁니다. 지금 주식은 "미친 거품"은 아니지만 "싸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 가격은 기업들이 약속한 이익이 실제로 나온다는 가정 위에 서 있습니다.
자, 그러면 여러분이 지금 처한 상황이 정확히 이겁니다.
현금은 확정적으로 집니다. 그런데 주식은 싸지 않고, 비싸지 않다는 근거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 전망입니다.
둘 다 참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개가 동시에 참일 때 사람들이 하는 선택이 대체로 최악입니다.
두 사실이 동시에 참일 때 사람들이 하는 실수
첫 번째 실수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겁니다.
"현금도 위험하고 주식도 비싸니까 좀 기다려보자." 아주 합리적으로 들리죠. 그런데 기다리는 동안 여러분은 현금 100%입니다. 즉 확정적으로 매년 7%씩 지는 포지션을 선택한 것이고, 그 선택을 스스로는 "중립"이라고 부르고 있는 겁니다.
가만히 있는 건 중립이 아닙니다. 가만히 있는 것도 베팅입니다. 그것도 지는 쪽에 건 베팅이요.
두 번째 실수는 반대로 한쪽에 다 거는 겁니다. "부채가 7%씩 느니까 다 주식으로." 이것도 위험합니다. 다음 장에서 보시겠지만, 지난 6번의 위기에서 주식이 반토막 이상 난 구간이 두 번 있었습니다.
세 번째 실수가 제일 흔한데, "뭐가 오를지 맞히려고 하는 것"입니다. 금이 오를까 주식이 오를까 달러가 오를까.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도 못 합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이게 이 글에서 제가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질문을 바꾸십시오 — "뭐가 오를까"가 아니라 "어떻게 망할 수 있나"
과거 위기를 여섯 개 골랐습니다. 성격이 전부 다른 위기들입니다. 그리고 각 구간에서 자산들이 원화 기준으로 어떤 성적을 냈는지 전부 계산했습니다.
| 위기 | 성격 | 금 | S&P500 | 나스닥 | 달러현금 | 원화현금 |
|---|---|---|---|---|---|---|
| 1997~98 | 외환위기 (통화 붕괴) | +17% | +87% | +161% | +36% | 0% |
| 2000~02 | 닷컴버블 (자산 거품) | +20% | −38% | −79% | +10% | 0% |
| 2007~09 | 금융위기 (신용 경색) | +112% | −27% | −19% | +69% | 0% |
| 2020.02~03 | 코로나 (유동성 증발) | 0% | −30% | −24% | +5% | 0% |
| 2021~22 | 인플레·금리 급등 | +11% | −8% | −20% | +21% | 0% |
| 2025~26 | 이번 사이클 조정 | +12% | +22% | +33% | +10% | 0% |
표를 천천히 보십시오. 색칠한 칸이 각 위기의 1등과 꼴찌입니다.
1997 외환위기 → 나스닥 (+161%)
2000 닷컴버블 → 금 (+20%)
2007 금융위기 → 금 (+112%)
2020 코로나 → 달러현금 (+5%)
2021 인플레 → 달러현금 (+21%)
2025 조정 → 나스닥 (+33%)
1등이 매번 달랐습니다. 그리고 한 위기의 1등이 다른 위기에서는 꼴찌였습니다. 1997년에 161% 벌어준 나스닥이 2000년에는 −79%였습니다. 2008년에 112% 벌어준 금이 2020년에는 0%였고요.
여기서 중요한 건 이유입니다. 각 자산은 서로 다른 이유로 망합니다.
망하는 이유가 다르면, 같이 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분산은 "여러 개를 사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이유로 망하는 것들을 같이 들고 있는 것입니다. 주식 열 종목을 사는 건 분산이 아니에요. 그건 같은 이유로 망하는 걸 열 개 산 겁니다.
그래서 섞으면 어떻게 되나 — 실제로 계산해봤습니다
말로만 하면 와닿지 않으니 숫자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예시로 이렇게 나눠서 여섯 번의 위기를 그대로 통과시켜봤습니다.
금 25% · S&P500 35% · 달러 현금 30% · 원화 현금 10%
망하는 이유가 서로 다른 넷을 골랐습니다. 비중에 특별한 근거는 없고, 어느 하나가 결과를 지배하지 않도록 잡았습니다.
| 위기 | 자산배분 | 금만 | S&P500만 | 나스닥만 | 원화현금만 |
|---|---|---|---|---|---|
| 1997~98 외환위기 | +45% | +17% | +87% | +161% | 0% |
| 2000~02 닷컴버블 | −5% | +20% | −38% | −79% | 0% |
| 2007~09 금융위기 | +39% | +112% | −27% | −19% | 0% |
| 2020 코로나 | −9% | 0% | −30% | −24% | 0% |
| 2021~22 인플레 | +6% | +11% | −8% | −20% | 0% |
| 2025~26 조정 | +14% | +12% | +22% | +33% | 0% |
자산배분 열을 세로로 읽어보십시오. +45 / −5 / +39 / −9 / +6 / +14.
여섯 번의 위기를 통과하면서 가장 나빴던 게 −9%입니다. 같은 기간 나스닥 단독은 −79%를 봤고 S&P500 단독은 −38%를 봤습니다.
그리고 이게 핵심인데, 자산배분은 어느 위기에서도 1등을 한 적이 없습니다. 1997년엔 나스닥이 161% 벌 때 45%밖에 못 벌었고, 2008년엔 금이 112% 벌 때 39%였습니다.
그런데 1등을 못 한 대신 크게 죽은 적도 없습니다. 그리고 자산관리에서 오래 살아남는 쪽은 매번 1등 하는 사람이 아니라 크게 안 죽는 사람입니다.
장기 성적과, 불리한 사실 하나
| 기간 | 자산배분 | 금 | S&P500 | 달러현금 | 원화현금 | 부채 증가율 |
|---|---|---|---|---|---|---|
| 최근 5년 | 12.6% | 25.0% | 15.2% | 3.6% | 0.0% | 6.8% |
| 최근 10년 | 10.1% | 15.8% | 15.9% | 2.1% | 0.0% | 7.3% |
| 최근 20년 | 7.7% | 12.6% | 11.4% | 1.9% | 0.0% | 8.0% |
5년과 10년은 자산배분이 부채 증가율을 이겼습니다. 최대낙폭도 −12.3%로 금(−23.7%)이나 S&P500(−27.9%)보다 훨씬 얕았고요.
그런데 20년으로 늘리면 자산배분 7.7%, 부채 8.0%로 집니다. 아슬아슬하게 졌습니다.
이 숫자를 빼고 쓸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이 글이 광고가 됩니다. 현금 40%를 깔고 가는 자산배분은 아주 긴 시간으로 보면 부채 속도를 못 따라갑니다. 안전하게 가는 데는 대가가 있고, 그 대가가 대략 이 정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갈 수 있습니다
위 자산배분의 약점은 분명합니다. 가만히 나눠놓기만 하기 때문에 어느 자산이 오래 이기든 그 과실을 절반밖에 못 먹습니다. 그래서 20년에서 부채에 밀린 겁니다.
저희가 앞서 따로 검증한 금·S&P500 8년 주기 교체 전략은 여기에 규칙 하나를 더합니다. 나눠 담는 대신 이기고 있는 쪽으로 갈아타는 방식입니다.
① 상대가 3% 이상 앞지르면 그쪽으로 갈아탄다.
② 들고 있는 자산이 앞선 채로 8년을 채우면 반대쪽으로 뒤집는다.
1945년 이후 25% 이상 하락장이 평균 8.1년에 한 번 왔다는 실측에서 나온 주기입니다. 53년 동안 갈아탄 횟수는 열 번 남짓입니다.
이 규칙을 이 글과 똑같은 잣대로 다시 돌려봤습니다. 원화 기준, 같은 위기 구간, 같은 기간입니다.
| 기간 (원화 기준) | 8년 교체 | 자산배분 | S&P500만 | 금만 | 부채 증가율 |
|---|---|---|---|---|---|
| 최근 5년 | 25.4% | 13.0% | 15.8% | 25.4% | 6.8% |
| 최근 10년 | 20.2% | 10.3% | 16.1% | 16.0% | 7.3% |
| 최근 20년 | 15.7% | 7.7% | 11.2% | 12.9% | 8.0% |
| 1981~2026 (45년) | 14.4% 440배 | — | 11.1% 118배 | 6.8% 20배 | 7~8% |
20년에서도 15.7%로 부채 8.0%를 확실히 이깁니다. 자산배분이 아슬아슬하게 졌던 그 구간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게 하나 있습니다. "수익이 높으면 더 위험한 거 아니냐." 이 경우는 아니었습니다.
연 14.4%
연 11.1%
연 6.8%
더 벌면서 덜 빠졌습니다. 지수를 그냥 들고 있는 것보다 수익은 연 3.3%포인트 높은데 최대낙폭은 11%포인트 얕았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지수가 반토막 나는 구간에서 이 규칙은 금을 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 닷컴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가 정확히 그랬습니다.
| 위기 | 8년 교체 | 자산배분 | S&P500만 | 그때 들고 있던 것 |
|---|---|---|---|---|
| 1997~98 외환위기 | +87% | +45% | +87% | S&P500 |
| 2000~02 닷컴버블 | +20% | −5% | −38% | 금 |
| 2007~09 금융위기 | +112% | +39% | −27% | 금 |
| 2020 코로나 | −30% | −9% | −30% | S&P500 |
| 2021~22 인플레 | +11% | +6% | −8% | 금 |
| 2025~26 조정 | +12% | +14% | +22% | 금 |
여섯 번 중 네 번에서 자산배분을 이겼습니다. 진 건 두 번인데 그 성격이 다릅니다.
2020년 코로나 −30%가 이 전략의 진짜 약점입니다. 한 달 만에 모든 자산이 동시에 무너지는 상황에서는, 어느 한쪽을 100% 들고 있는 규칙이 현금을 깔아둔 자산배분보다 훨씬 아픕니다. 규칙이 반응할 시간 자체가 없거든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교체 전략은 "오래 잘못 고르는 위험"은 거의 없애지만 "갑자기 다 같이 무너지는 위험"에는 그대로 노출됩니다. 자산배분은 정반대고요.
그래서 둘 중 무엇을 고를까
참고로 이 규칙에 따르면 2021년 3월부터 지금까지 들고 있어야 하는 건 금입니다. 5년 성적이 연 25.4%로 나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세한 규칙과 53년 전체 기록은 해당 리포트에 있습니다.
미국은 왜 이 속도를 못 줄입니까
"그래도 미국이 언젠간 정신 차리지 않겠나" 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을 보면 그러기 어려워 보입니다. 순서대로 보시죠.
첫째, 재정적자가 구조입니다. 2025년 미국 재정적자는 GDP 대비 5.77%였습니다. 전쟁도 없고 위기도 없는 평시에 이 숫자입니다. 그리고 이 적자의 상당 부분이 고령화에 따른 의료·연금 지출이라 정치적으로 줄이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둘째, 국채를 사줄 사람이 줄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미국 국채를 사준 건 중국과 일본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자국 금리가 오르면서 해외 자산을 줄여야 하는 처지가 됐고, 중국은 오래전부터 비중을 줄여왔습니다.
셋째, 새로 찾은 매수자가 아직 안 왔습니다. 미국이 기대한 게 스테이블코인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달러를 넣고 코인을 받으면, 발행사가 그 돈으로 미국 단기국채를 사거든요. 새로운 국채 수요처가 생기는 셈입니다. 그런데 그 제도를 만들 법안이 아직 상원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넷째, 그래서 지금 쓰는 게 바이백입니다. 재무부가 단기국채를 찍어서 그 돈으로 장기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인데, 빚의 총액은 그대로고 만기만 짧아집니다. 카드 돌려막기와 구조가 같습니다. 이 얘기는 따로 정리한 글이 있으니 참고하십시오.
적자는 못 줄이고, 사줄 사람은 줄고, 새 매수자는 아직 안 왔고, 지금 쓰는 건 돌려막기입니다.
살 사람이 끝까지 안 나타나면, 마지막에 사는 건 중앙은행입니다. 그리고 중앙은행이 산다는 건 돈을 찍는다는 뜻입니다.
즉 7%가 줄어들 이유가 지금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더 빨라질 여지가 있습니다. 이 글의 기준선을 7%로 잡은 이유입니다.
한국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문제
여기까지는 전 세계 공통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우리한테만 해당되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은 국가부채 비율이 낮으니까 괜찮다"는 말을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정부 부채만 보면 맞습니다. 그런데 가계 부채를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GDP 대비 가계부채 | 2000년 | 2008년 | 2015년 | 현재 | 2008년 대비 |
|---|---|---|---|---|---|
| 한국 | 47.9% | 66.8% | 76.4% | 88.6% | +21.8%p |
| 미국 | — | 98.4% | — | 68.1% | −30.3%p |
맨 오른쪽 열을 보십시오.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 미국 가계는 빚을 30%포인트 넘게 줄였습니다. 고통스러웠지만 정리를 한 겁니다.
같은 기간 한국 가계는 22%포인트 가까이 늘렸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한국 가계부채 비율이 미국보다 20%포인트 넘게 높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정부 부채는 정부가 돈을 찍어서 감당할 수 있습니다. 가계 부채는 가계가 벌어서 갚아야 합니다.
이게 결정적입니다. 미국 연방부채가 39조 달러여도 미국은 달러를 찍으면 됩니다. 그런데 한국의 가계는 원화를 찍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국가부채 비율만 보고 안심하기 어려운 겁니다.
여기에 하나 더 얹힙니다. 한국의 민간 비금융부문 부채는 GDP 대비 199.0%입니다. 2000년에 139.4%였으니 25년 동안 60%포인트가 늘었습니다.
그리고 그 빚으로 산 게 대부분 한 종류의 자산이라는 게 진짜 문제입니다. 부동산이죠. 앞 장에서 말씀드린 "망하는 이유가 다른 것들을 나눠 가져라"의 정확히 반대입니다. 대한민국 가계는 빚을 내서 한 가지 자산에 몰아넣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 자산은 원화로만 값이 매겨집니다. 원화가 흔들리면 자산도 부채도 같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어중간하게 끝내지 않겠습니다. 데이터에서 나온 결론을 순서대로 말씀드립니다. 특정 상품을 사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겨야 하는 숫자는 물가 2~3%가 아니라 부채 7%입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예금 3%는 매년 4%씩 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 자산 전체의 기대수익률이 7%에 못 미친다면, 시간이 갈수록 뒤처지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현금은 변동성이 0인 자산이지 손실이 0인 자산이 아닙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릅니다. 현금의 진짜 역할은 "안전"이 아니라 기회가 왔을 때 살 수 있는 실탄입니다. 그 목적에 필요한 만큼만 두시고, 나머지를 현금으로 두는 건 그 자체가 하나의 베팅입니다.
원화는 국제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도 되지 않습니다. 전 재산을 원화로 들고 있다는 건 세계에서 아주 작은 조각 하나에 전부를 건 것과 같습니다. 이건 애국심의 문제가 아니라 집중도의 문제입니다. 6장 표에서 원화 현금이 여섯 번 모두 1등이 아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뭐가 오를지 맞히려 하지 마십시오. 대신 경기가 꺾일 때 버티는 것, 돈이 풀릴 때 버티는 것, 원화가 흔들릴 때 버티는 것을 각각 갖고 계십시오. 여섯 번의 위기에서 1등은 매번 달랐지만, 자산배분을 한 쪽은 최악이 −9%였습니다.
여기에 금·S&P500 추세추종을 겹쳐 쓰십시오. 둘 중 앞서는 쪽만 들고 가는 규칙인데, 원화 기준 5년 25.4%·10년 20.2%·20년 15.7%로 세 구간 모두 부채를 이겼습니다. 자산배분만으로는 20년 7.7%라 부채 8.0%에 집니다. 대신 추세추종은 2020년 코로나 한 달에 −30%까지 빠졌고, 그때 자산배분은 −9%였습니다. 둘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구멍을 메우는 관계입니다. 오래 잘못 고르는 위험은 없애지만 갑자기 다 같이 무너지는 위험에는 그대로 노출됩니다. 따라서 저는 현금 비중을 20~30%는 유지하길 바라며 달러는 10% 이상 보유할 계획입니다.
(제가 이렇게 한다는 거지 이렇게 하라는 건 아닙니다. 제 글은 여러 투자 방법 중 하나로만 봐주시고, 최종 결정은 각자 스스로 하시길 권장합니다.)
지금 주식이 비싼 건 사실입니다. 비싼 걸 한 번에 다 사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기준을 정해놓고 나눠서 사면 비싼 구간에서는 적게, 싼 구간에서는 많이 사게 됩니다. 판단이 틀려도 덜 다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 글의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할 조건
기준선을 7%로 잡았으니, 그게 무너지면 이 글 전체가 무너집니다. 아래 중 하나라도 나오면 다시 계산하겠습니다.
- 미 연방부채 증가율이 3년 연속 4% 아래로 내려가면 — 30년 만에 상수가 깨지는 겁니다. 그러면 "현금은 매년 −7%"라는 이 글의 출발점이 사라집니다.
- 미국 재정적자가 GDP 대비 3% 아래로 내려가면 — 지금 5.77%입니다. 여기까지 줄면 부채 증가 속도가 실제로 꺾입니다.
- 실질금리가 오래 높게 유지되면 — 부채가 늘어도 자산 가격이 안 오를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초가 그랬습니다. 그때는 현금과 채권이 실제로 이겼습니다.
- 원화가 구조적으로 강해지면 — 통화 분산의 근거가 약해집니다. 다만 그러려면 한국의 금리·통화·경상수지가 함께 바뀌어야 하고, 지금은 그 신호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불안해지셨다면 그건 제 의도가 아닙니다. 부채가 7%씩 는다는 건 나쁜 뉴스이기도 하지만 알고 있으면 대응할 수 있는 뉴스이기도 합니다. 30년 동안 일정했다는 건 예측 가능하다는 뜻이니까요.
진짜 위험한 건 부채가 7%씩 느는 게 아닙니다. 그걸 모른 채 "나는 현금이라 안전하다"고 믿고 10년을 보내는 것입니다.
핵심 요약
- 미 연방부채는 39.07조 달러, 1년에 2.85조 달러(3,948조원)씩 늘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10.8조원입니다. GDP 대비 122.6%로 2000년 57.7%에서 계속 올라왔습니다.
- 진짜 발견은 증가율이 일정하다는 것입니다. 1년 7.87%, 3년 7.49%, 5년 6.79%, 10년 7.33%, 20년 8.01%, 30년 7.01%. 여섯 개가 1.2%포인트 폭 안에 들어옵니다. 정권이 바뀌고 위기가 와도 30년째 7% 언저리입니다. 약 9.9년마다 두 배가 됩니다.
- 기준을 물가 2%가 아니라 부채 7%로 바꾸면 현금은 0%가 아닙니다. 부채 기준 구매력으로 달러 현금은 10년에 −50.7%, 원화 현금은 −60.1%입니다. 원화 현금 1억원은 10년 뒤 3,990만원입니다.
- 다만 주식이 싼 것도 아닙니다. 나스닥100은 실적 기준 30.8배, 선행 기준 23.2배이고 국채 금리 4.66%를 역수로 보면 채권은 21.5배입니다. 실적 기준으로는 43% 비싸지만 선행 기준으로는 8% 차이라, 미친 거품보다는 "이익 전망이 맞아야 유지되는 가격"에 가깝습니다.
- 여섯 번의 위기에서 1등이 매번 달랐습니다. 외환위기는 나스닥(+161%), 닷컴과 금융위기는 금(+20%, +112%), 코로나와 인플레 국면은 달러현금(+5%, +21%)이었습니다. 원화현금은 여섯 번 모두 1등이 아니었습니다.
- 그래서 분산은 자산이 아니라 "망하는 이유"로 해야 합니다. 예시 자산배분(금 25·S&P500 35·달러현금 30·원화현금 10)은 여섯 위기에서 최악이 −9%, 최대낙폭 −12.3%였습니다. 다만 20년으로 늘리면 7.7%로 부채 8.0%에 집니다.
- 그 약점을 메우는 게 8년 주기 교체 전략입니다. 원화 기준 5년 25.4%·10년 20.2%·20년 15.7%로 세 구간 모두 부채를 이겼고, 45년 기준 연 14.4%·최대낙폭 −31.2%로 S&P500 단독(11.1%·−42.0%)보다 더 벌고 덜 빠졌습니다. 지수가 반토막 날 때 금을 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다만 교체 전략의 약점은 2020년 코로나였습니다. 한 달 만에 −30%로, 현금을 깔아둔 자산배분(−9%)보다 훨씬 아팠습니다. 오래 잘못 고르는 위험은 없애지만 갑자기 다 같이 무너지는 위험에는 그대로 노출됩니다.
- 한국은 가계부채가 문제입니다. GDP 대비 88.6%로 미국 68.1%보다 높고, 미국 가계가 2008년 이후 30.3%포인트를 줄이는 동안 한국 가계는 21.8%포인트를 늘렸습니다. 정부 부채는 찍어서 감당할 수 있지만 가계 부채는 벌어서 갚아야 합니다.
데이터 출처 — 미 연방정부 총부채는 미 재무부·FRED(GFDEBTN, 2026년 1분기), 재정수지는 FRED(FYFSGDA188S), 한국·미국 가계부채는 BIS 기준 FRED(QKRHAM770A·QUSHAM770A·QKRPAM770A)입니다. 금·S&P500·나스닥·비트코인·원달러·미 10년물 금리는 BUSTUDY 자체 데이터셋에서 직접 계산했으며 시세 기준일은 2026년 8월 26일입니다. 나스닥100 PER은 BUSTUDY 나스닥100 계산기가 구성종목 94개의 시가총액 가중 조화평균으로 산출한 당일 값(실적 30.8배·선행 23.2배)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계산 방법과 한계 — "부채 기준 구매력"은 물가지수가 아니라 연방부채 증가율로 나눈 값입니다. 통상적인 실질 구매력 개념과 다르며, 자산 가격과의 관계를 보기 위한 기준입니다. 위기 구간 수익률은 각 구간 시작·종료 종가만 사용한 단순 계산이고, 예시 자산배분은 리밸런싱·세금·거래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단순 가중 합계입니다. 과거 성과는 미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고지 —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본문의 예시 자산배분은 계산을 위한 가정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BUSTUDY는 투자자문업자가 아니며, 개인의 상황에 맞는 판단은 본인 또는 자격을 갖춘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