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그동안 시장에서 비트코인을 닥치는 대로 쓸어 담는 회사로 유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최근 2주 동안 비트코인을 단 한 개도 사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돈으로 자사가 발행했던 우선주를 사들이는 데 약 4,300억 원(3억 1,560만 달러)의 현금을 썼습니다.
비트코인을 사 모으는 게 정체성이던 회사가 왜 매수를 멈추고 엉뚱하게 자기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을까요? 그 배경에는 이 회사가 자금을 굴리던 방식의 한계와 턱밑까지 다가온 빚의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주식을 새로 찍어서 코인을 사던 방식이 멈춘 이유
그동안 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을 84만 개 넘게 모을 수 있었던 원리는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주식 시장에서 회사의 가치를 실제 가진 비트코인 가치보다 훨씬 후하게 쳐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금 1,000만 원어치를 가진 금고형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시장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져서 이 회사의 주식 가치를 실제 금값보다 훨씬 높은 3,000만 원으로 쳐주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때 회사는 주식을 새로 시장에 발행해서 3,000만 원을 끌어모으고, 그 돈으로 다시 금 3,000만 원어치를 사서 금고에 넣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기존 주주들이 주식 한 주당 나눠 가질 수 있는 금의 양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점점 늘어납니다. 주가에 붙은 웃돈(프리미엄)을 이용해 자산을 불린 셈입니다. 한때 스트래티지 주식은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보다 3.4배나 비싸게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가 식으면서 이 구조가 깨졌습니다. 이제는 반대로 1,000만 원어치 비트코인을 가진 회사 주식을 시장에서 680만 원(0.68배 할인)에만 사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주식을 새로 찍어 팔면 어떻게 될까요? 1,000만 원짜리 자산을 680만 원에 헐값 처분하는 것과 같아서, 기존 주주들이 나눠 가질 수 있는 주당 비트코인 몫이 오히려 깎여 나갑니다. 주주들의 이익을 갉아먹게 되므로 회사는 더 이상 주식을 찍어 비트코인을 살 돈을 마련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손쉽게 돈을 끌어오던 통로 자체가 막혀버린 것입니다.
배당금과 빚이라는 시한폭탄, 결국 코인을 손해 보고 판 속사정
문제는 돈줄이 막혔는데도 꼬박꼬박 나가야 할 돈은 줄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스트래티지는 그동안 자금을 모으기 위해 '우선주'라는 주식을 대거 발행해 약 154억 달러(약 21조 원)를 끌어썼습니다. 이 우선주는 주가와 상관없이 매년 정해진 달러 현금을 배당으로 주겠다고 투자자들과 약속한 증권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줘야 하는 배당금이 약 7억 5,000만 달러(약 1조 원)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부동산처럼 매달 월세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은행 예금처럼 이자가 붙는 자산도 아닙니다. 배당을 주려면 금고에 현금이 있어야 하는데,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지자 회사는 결국 지난 6월 말 비트코인 3,588개를 시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당시 매도 가격은 개당 약 6만 달러 안팎으로, 회사의 평균 매입 단가(약 7만 5,400달러)보다 20%나 싼 가격이었습니다. "비트코인은 영원히 팔지 않는다"던 회사가 배당금 줄 달러가 부족해 손실을 감수하고 코인을 처분한 것입니다.
더 큰 부담은 2027년부터 시작되는 82억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입니다. 전환사채는 쉽게 말해 "나중에 주식으로 바꿔 가거나, 주가가 안 오르면 원금을 현금으로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빚입니다. 지금 주가는 채권자들이 주식으로 바꾸기에는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채권자들은 "주식 대신 내 돈을 돌려달라"며 조기상환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 첫 번째 상환 요구 시점이 바로 2027년 9월 15일(약 10억 달러)이고, 2028년 상반기에만 약 50억 달러의 상환 청구가 몰려 있습니다.
| 조기상환 청구일 | 금액 | 전환가 |
|---|---|---|
| 2027년 9월 15일 | 10억1,000만달러 | 183.19달러 |
| 2028년 3월 1일 | 20억달러 | 433.43달러 |
| 2028년 6월 1일 | 30억달러 | 672.40달러 |
| 2028년 9월 15일 | 14억400만달러 | 149.77·232.72달러 |
| 2029년 6월 15일 | 8억달러 | 204.33달러 |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펀드들이나 역사 속 무리한 철도 투자 회사들도 이와 비슷한 경로를 겪었습니다. 당장 현금이 나오지 않는 자산을 빚과 고정 배당 약속으로 잔뜩 사들였다가,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만기 빚을 갚기 위해 가장 가격이 떨어진 바닥에서 알짜 자산을 헐값에 강제로 내다 팔아야 했던 상황과 겹칩니다.
내 지갑에 든 비트코인과 이 회사 주식이 완전히 다른 이유
많은 사람이 스트래티지 주식을 비트코인을 대신 들고 있는 안전한 대안처럼 생각합니다. 하지만 빚의 구조를 따져보면 위험의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개인이 자기 지갑에 비트코인을 직접 들고 있다면, 가격이 반토막이 나든 폭락하든 상관없이 가격이 회복될 때까지 그냥 버티면 됩니다. 누구도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지 않고, 매달 현금을 뜯어가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스트래티지 주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비트코인을 쥐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회사에 위기가 닥쳤을 때 법적으로 "내 돈부터 먼저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선순위 청구권)를 가진 채권자들과 우선주 투자자들이 맨 앞줄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회사가 흔들리면 약 82억 달러의 빚을 쥔 채권자들과 154억 달러의 우선주 투자자들이 회사가 가진 비트코인을 먼저 팔아서 자기 원금과 배당을 챙겨갑니다. 일반 주식을 산 개인 투자자들은 맨 뒷줄에 서 있기 때문에, 앞선 사람들이 다 챙겨가고 남은 찌꺼기만 건지게 됩니다. 시장이 폭락했을 때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서 비트코인을 강제로 팔아야 하는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바로 이 회사인 셈입니다.
| 비교 | 비트코인을 직접 가진 경우 | 이 회사 주식으로 가진 경우 |
|---|---|---|
| 선순위 청구권 (먼저 돈을 돌려받을 권리) | 없음 | 사채 82억1,000만달러 + 우선주 154억6,200만달러 |
| 해마다 나가는 현금 | 없음 | 배당·이자 (상반기 선언액 7억5,822만달러) |
| 값이 안 오를 때 | 들고 있으면 된다 | 배당을 주려고 비트코인을 판다 |
물론 이 꼬인 실타래를 단숨에 푸는 방법은 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해 회사 주가가 실제 자산 가치를 훌쩍 뛰어넘는 상태로 복귀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다시 주식을 비싸게 팔아 빚도 갚고 코인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직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만 기대기에는, 2027년 9월부터 돌아오는 조기상환 만기와 매년 빠져나가는 수천억 원의 배당금이라는 시계가 꽤 빠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단순히 특정 기업 하나의 위기로만 보고 넘겨서는 안 됩니다. 스트래티지가 가진 비트코인 84만 개는 전체 발행량의 4%에 달하는 엄청난 물량입니다. 이 구조적 균열이 시장 전체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투자 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 스트래티지 주식과 비트코인 현물을 분리해서 볼 것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싶다면 주식이 아니라 비트코인 실물이나 현물 ETF를 직접 들고 있어야 합니다. 스트래티지 주식은 '비트코인 대체재'가 아니라, 거대한 빚과 매년 나가는 배당금을 짊어진 '고위험 레버리지 기업'에 불과합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도 중간에서 채권자와 우선주 주주들이 몫을 먼저 챙겨가기 때문에, 개인이 온전히 그 상승분을 누리기 어렵습니다. 주식으로 코인을 대신하려던 비중이 있다면 실물 자산으로 옮겨 담는 것이 안전합니다. - 2027년 9월부터 시작되는 상환 일정을 달력에 적어둘 것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역설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지 못하고 지지부진할 때'입니다. 주가가 계속 낮으면 2027년 9월(10억 달러), 2028년 3월과 6월(50억 달러)에 채권자들이 "돈을 돌려달라"며 몰려옵니다. 현금이 부족한 회사가 이 돈을 갚으려면 결국 금고에 있는 비트코인을 시장에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시기 전후로 시장에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져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으므로, 해당 시점을 주요 변동성 구간으로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 회사의 위기를 저가 분할 매수의 기회로 삼을 것
여기서 중요한 점은 흔들리고 있는 대상이 비트코인이라는 자산 자체가 아니라, 빚을 내어 무리하게 투자한 '회사의 금융 구조'라는 사실입니다. 과거 금융위기 때도 알짜 자산이 바닥에서 강제로 팔려나간 뒤 시장이 결국 회복했던 것처럼, 스트래티지의 매각 물량으로 코인 가격이 과도하게 짓눌린다면 그것은 장기 투자자에게 오히려 좋은 진입 기회가 됩니다. 어디서부터 담을지는 비트코인 매수 타이밍 계산기의 점수를 기준으로 삼으시면 됩니다. Thermocap Z-Score 기준 이번 사이클 예상 바닥 점수 구간이 −0.38 ~ +0.25인데, 실제로 회사가 손해를 보고 판 6월 30일이 이번 사이클 최저점인 +0.25였습니다. 9월 6일 기준 현재 점수는 +0.62로 아직 그 위에 있고, 점수가 이 구간으로 내려오면 한 번에 사지 말고 네 번으로 나눠 수량을 늘려가기 좋은 자리입니다.
결국 핵심은 단순합니다. 스트래티지처럼 빚과 고정 비용을 끼고 투자하면 바닥에서 강제로 털려 나가지만, 빚 없이 여유 자금으로 직접 들고 있는 사람은 시장이 요동쳐도 시간에 쫓기지 않습니다. 지금은 레버리지 상품을 정리하고, 다가올 유동성 충격에 대비해 현금 비중을 유지하며 긴 호흡의 분할 매수를 준비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