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외환보유고가 두 달 만에 624억 달러 늘었는데,
왜 그 창구를 한 달 일찍 닫았을까요?
인도 외환보유액이 8월 21일 주간 7,293억 달러로 사상 최대가 됐습니다. 보통은 좋은 소식인데, 그 돈을 끌어온 창구는 한 달 앞당겨 오늘 닫힙니다.
사상 최대인데 왜 서둘러 닫습니까
인도 외환보유액은 중동 사태로 루피가 밀리던 6월 26일 주간 6,669억 달러에서 8주 연속 늘어 8월 21일 주간 7,293억 달러로 사상 최대가 됐습니다. 그런데 인도중앙은행(RBI)은 이 돈을 끌어온 스왑 창구 마감을 9월 30일에서 오늘 8월 31일로 앞당겼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늘어난 624억 달러가 벌어들인 돈이 아니라 3~5년 뒤 돌려줘야 하는 예금이고, 더 받을수록 중앙은행이 떠안는 비용도 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보유고를 파는 대신 빌리기로 바꿨습니다
6월에 루피가 밀릴 때 RBI는 보유고를 팔아 막았는데, 보유고 잔액은 매주 공개되므로 남은 방어 여력을 시장에 그대로 보여 주게 됩니다. 그래서 은행이 해외 거주 인도인에게서 만기 3~5년 달러 예금(FCNR(B))을 받아 오면 그 달러를 루피로 바꿀 때 드는 환헤지 비용을 RBI가 대신 내주기로 했습니다. 예금자는 환위험 없이 연 6~7% 달러 금리를 받고, 달러는 보유고로 잡힙니다.
| 시점 | 무슨 일 | 누적 유입 |
|---|---|---|
| 6월 초 | RBI가 스왑 창구를 염 (마감 9월 30일) | — |
| 7월 31일 | FCNR(B) 예금 집계 | 367억$ |
| 8월 13일 | 2주 만에 156억 달러 추가 | 523억$ |
| 8월 14일 | ECB·OFCB 포함 전체 집계, 마감 앞당김 발표 | 568억$ |
| 8월 31일 | 예금 모집 마감 (스왑 처리는 9월 11일까지) | — |
그래서 무엇이 남습니까
헤지 비용을 RBI가 떠안았으므로 루피가 더 밀릴수록 그 부담은 중앙은행과 정부 몫이 되는데, 시장에서는 이 비용을 연 2.5~3% 수준으로 추정합니다. RBI는 5월 말 기준 선물환 순매도 1,066억 달러도 이미 안고 있어 앞으로 들어올 달러를 상당 부분 미리 팔아 둔 상태입니다. 만기가 몰리는 2029년에 상환이 돌아오는데, 그때 재예치가 안 되면 이번에는 보유고를 실제로 헐어야 합니다.
총보유고 7,293억 달러에서 선물환 순매도 1,066억 달러를 그대로 빼면 6,227억 달러로 6월 저점보다 낮습니다. 기준일이 달라 정확한 순보유고는 아니지만, 사상 최대라는 숫자가 보여 주는 것보다 여유가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3년과는 무엇이 다릅니까
인도는 2013년에도 같은 창구로 340억 달러를 모았고, 3년 뒤 만기 때는 상환액의 80%를 선물환으로 미리 덮어 둔 채 3,650억 달러의 보유고로 받아냈습니다. 이번에는 규모가 그때의 배가 넘는데도 선물환 부담을 먼저 지고 시작했습니다.
| 2013년 창구 | 2026년 창구 | |
|---|---|---|
| 모집액 | 340억$ | 568억$ (8/14) |
| 당시 외환보유액 | 3,650억$ (상환기) | 7,293억$ (8/21) |
| 선물환 순매도 | 상환분 80% 사전 대비 | 1,066억$ 기보유 (5월 말) |
| 상환 시점 | 2016년 | 2029년~ |
이 판단이 틀릴 수 있는 조건
- 2016년에는 무난히 넘어갔습니다. FCNR(B) 잔액이 2016년 9월 441억 달러에서 12월 209억 달러로 줄었지만 루피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 만기가 3~5년으로 흩어져 있어 상환이 한 해에 몰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달러가 약해지면 헤지 비용과 상환 부담이 함께 줄어듭니다. 다만 그 사이 달러인덱스는 1.7% 내리는 데 그쳤고 보유고는 9.4% 늘었습니다.
- 틀렸다고 볼 조건 — 2029년 전에 인도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선물환 순매도가 줄면 이 걱정은 과했던 것이 됩니다.
인도 주식이나 신흥국 펀드에 새로 넣으실 분들은 2029년 상환 구간을 염두에 두고 나눠 들어가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루피 표시 자산을 환헤지 없이 담으신다면 특히 그렇습니다.
확인하실 지표는 총보유고가 아니라 RBI가 내는 선물환 순포지션과 만기 구조입니다. 한국도 7월말 외환보유액 4,279.5억 달러가 늘어난 요인 하나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신규 발행이었습니다.
다만 이 글은 결과가 나오기 전에 구조를 짚은 해석일 뿐 투자 판단의 정답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