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오만이 항로에 합의했는데,
왜 배는 하루 12척만 갈까요?
8월 26일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에 임시 통항로를 열기로 합의했는데, 그 주 통항은 하루 12~14척이었습니다. 서명하는 쪽과 배를 보낼지 정하는 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합의는 나왔는데 배는 안 늘었다
8월 26일부터 9월 1일까지 로이즈 리스트 인텔리전스가 센 통항은 하루 12~14척이고, IMF 포트워치 기준 3월 이후 평균은 하루 7척입니다. 전쟁 전에는 하루 100척 안팎이 원유 2,000만 배럴을 날랐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해협을 다시 여는 결정은 이란이 아니라 런던 보험시장과 미국 재무부가 나눠 쥐고 있습니다.
배를 막는 것은 세 가지, 이란이 쥔 건 하나뿐
| 막고 있는 쪽 | 무엇을 했나 | 시점 |
|---|---|---|
| 로이즈 합동전쟁위원회 | 페르시아만 전역과 오만만을 전쟁 위험구역으로 지정 | 2026년 3월 |
| 국제 P&I 그룹 소속 클럽 | 이란 관련 수역의 전쟁위험 담보 중단, 150척 이상 발이 묶임 | 3월 5일 |
|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 | 이란 통항 기구와 이란 보험사 제재, 거래 시 제재 위험 경보 | 5월 27일 · 7월 29일 · 8월 24일 |
| 이란 · 오만 | 폭 약 7해리(13km) 임시 통항로 합의 | 8월 26일 |
연간 전쟁보험은 합동전쟁위원회가 지정한 위험구역에 배가 들어가는 순간 효력이 멈추고, 선주는 통과 한 번마다 추가보험료를 다시 사야 합니다. 그 요율이 두 달째 선박가액의 3~10%입니다.
| 시점 | 선박가액 대비 요율 | 1억5,000만 달러 유조선 1항차 |
|---|---|---|
| 전쟁 전(2월) | 0.15~0.25% | 22만~38만 달러 |
| 7월 17일 | 3~10% | 450만~1,500만 달러 |
| 9월 2일 | 3~10% | 450만~1,500만 달러 |
요율이 안 내려오는 이유는 하우든 리의 3월 추정에 있습니다. 이번 분쟁의 전쟁·테러·정치폭력 보험금 청구가 20억~30억 달러인데, 이 부문이 전 세계에서 한 해 걷는 보험료는 15억~20억 달러입니다. 한 해 매출보다 큰 손해가 해협 한 곳에 몰려 있어, 보험사는 요율을 올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수 한도를 줄입니다.
이란 보험을 사면 제재를 받는다
이란은 통항료를 받고 자기네 보험을 팔았는데, 미 재무부는 5월 27일 페르시아만해협청, 7월 29일 페르시아만해상보험공사와 호르무즈세이프를 제재 대상에 올렸고, 8월 24일 경보에서 이들에게 보험을 받는 것만으로도 제재 위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런던 보험은 한 항차에 1,500만 달러까지 가고, 이란 보험은 사는 순간 제재를 받습니다.
미국 정부는 3월 11일 국제개발금융공사를 통해 처브를 주간사로 재보험을 깔고 4월 초 400억 달러로 늘렸는데, 호송이 붙지 않아 4월 말까지 거의 쓰이지 않았습니다. 보험료를 정부가 대신 물어주겠다고 해도 배는 가지 않았습니다.
보험 탓이 아니라는 반론
로이즈 시장협회는 3월 23일 회원 88%가 선체 전쟁위험을 인수할 뜻이 있다며 배가 안 가는 건 보험이 없어서가 아니라 선원과 선박의 위험이 너무 높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반박이 맞다면 교전이 멈추는 순간 통항은 회복됩니다.
한국이 버티는 기간은 208일이 아니다
한국은 원유의 69.1%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그중 95% 이상이 호르무즈를 지납니다. 버티는 기간은 기준에 따라 세 배 넘게 갈립니다.
| 계산 주체 | 계산 방법 | 버티는 기간 |
|---|---|---|
| 산업통상자원부 (3월 5일) | IEA 순수입 기준. 정부 7,648만 + 민간 7,383만 배럴에 3개월 내 확보분 3,500만 배럴을 더한 값 | 208일 |
| 실사용량 기준 (4월 30일 보도) | 정제해 다시 수출하는 물량까지 넣은 하루 소비 기준 | 68일 |
기준선은 2027년 1월 재보험 갱신입니다. 에이온은 7월 1일 보고서에서 해상·전쟁 담보의 조건 변경이 1월 갱신에 나타난다고 했고, 청구가 20억 달러대로 확정된 채 그 자리를 맞으면 걸프 한도는 줄어듭니다. 그러면 서명이 나와도 2027년 내내 요율은 크게 내려오지 않고, 그 구간이 겨울 난방 수요기와 겹칩니다.
유가가 내려도 주유소와 가스요금이 늦게 내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전쟁위험 보험료와 운임은 원유 도착가에 붙고 그 원가는 몇 달 늦게 요금에 반영되니, 겨울 난방비는 지금 수준으로 미리 잡아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원유나 에너지 자산을 담으실 분들은 한 번에 넣기보다 통항 척수를 보며 나누어 들어가셔도 됩니다.
이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할 조건은 하루 통항이 40척을 넘고 합동전쟁위원회가 페르시아만 위험구역을 줄이는 것입니다. 교전이 멈추고 미 해군 호송이 다시 붙으면 요율은 겨울 전에 내려올 수 있고, 그렇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다만 이 글은 시장을 보는 하나의 해석이며 투자 판단의 정답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