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채용 시장을 보면 눈에 띄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요란하게 벌이지는 않더라도, 신입 사원을 뽑는 문을 조용히 걸어 잠그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방식은 은밀하고 구조적입니다.
실제로 이미 시장 곳곳에서는 세 가지 방식으로 일자리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첫째는 같은 업무를 하는 데 필요한 인원 자체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세일즈포스는 AI 도입 후 고객지원 조직 인력 수요가 약 9,000명에서 5,000명으로 44%가량 급감했습니다. 수천 명을 한 번에 해고한 것이 아니라 퇴사자를 채우지 않고 다른 부서로 재배치하는 방식을 썼지만, 본질은 명확합니다. 고객지원 업무로 사회에 첫발을 디딜 수 있었던 수천 개의 신규 진입로가 완전히 사라진 것입니다.
둘째는 새롭게 발주되는 일감 자체가 메마르는 현상입니다. 글로벌 프리랜서 플랫폼 자료를 분석한 연구를 보면, ChatGPT 출시 이후 불과 8개월 만에 글쓰기나 코딩처럼 자동화에 취약한 업무의 외주 공고가 21%나 줄었습니다. 프리랜서에게는 정리해고 통보가 오지 않습니다. 그저 다음 달 들어올 일감이 끊기는 방식으로 소득이 증발할 뿐입니다.
셋째는 내가 다니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AI에 밀려 위축되는 경우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교육 기업 체그(Chegg)는 학생들이 AI 학습 도구로 대거 이동하자 검색 유입과 매출이 꺾이며 전 세계 직원의 약 45%에 달하는 388개 직무를 줄였습니다. 내 업무를 AI가 직접 대신하지 않더라도, 내가 속한 기업의 상품을 AI가 대체해 버리면 일자리는 무너집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일자리가 살아남더라도 노동의 '단가(몸값)'가 빠르게 저렴해진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번역 업계입니다. AI가 발전하면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번역하던 작업은 AI가 초안을 잡고 사람이 이를 검토·수정하는 '기계번역 후편집'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습니다.
유럽 언어산업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후편집 작업의 보수는 일반 번역에 비해 평균 13~29%가량 낮게 책정되며, 시장 일각에서는 분당 단가가 50~70%까지 폭락한 사례도 나타납니다. "결국 최종 검수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말이 사람의 가치를 증명해 줄지는 몰라도, 예전과 같은 소득까지 지켜주지는 못합니다. AI는 직업을 완전히 없애기 전에, 일의 성격을 단순 검수직으로 격하시키며 임금부터 삭감시켜버립니다.
화이트칼라와 지식 노동의 단가가 이렇게 무너지는 동안, 향후 5년 안팎이면 이 현상은 공장, 물류창고, 제조업 현장으로 고스란히 옮겨갈 것입니다. 인지 능력을 갖춘 AI 소프트웨어가 물리적 신체를 지닌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되는 순간, 24시간 쉬지 않고 불평도 없는 노동력이 완성됩니다. 위험하고 정밀한 조립 라인, 물류 상하차부터 로봇이 사람의 손을 대체하는 속도는 상상보다 훨씬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역사적인 반론이 늘 따라붙습니다. 18세기 산업혁명 때도 증기기관과 방직기가 등장해 방직공들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결국 철도, 기계 정비, 서비스업 등 훨씬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 인류가 풍요로워지지 않았느냐는 논리입니다. 기술이 장기적으로 총고용을 늘린다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가 말하는 정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낙관론에는 뼈아픈 역사의 이면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100년 뒤의 거시 경제 지표는 아름다웠을지 몰라도, 당대 일자리를 잃었던 방직공 개개인의 삶은 처참했습니다. 방직기에 밀려 거리로 내몰린 숙련 노동자들은 새롭게 생겨난 철도 기술자나 기계 관리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울 여력도 없었던 그들은 하루 벌어 하루를 근근이 먹고사는 극빈층 단순 노무직으로 흩어졌고, 쏟아져 나온 실업자들 탓에 그 하위 일자리조차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산업혁명의 과실을 누린 것은 그들의 자녀나 손자 세대였지, 정작 기계에 밀려난 당사자들은 삶의 터전을 잃은 채 생을 마감했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진짜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지금 한국의 중위연령은 이미 47세를 넘어섰습니다. AI와 휴머노이드가 본격적으로 생산 현장을 뒤흔들 5년, 10년 뒤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50~55세 이상이 됩니다.
새로운 기술 혁명으로 또 다른 일자리가 창출된다 한들, 평균 연령이 50대 중반인 사회가 20대와 30대가 주축인 젊은 국가만큼 발 빠르게 새 기술을 흡수할 수 있을까요? 개인의 관점에서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50대 중반에 평생 해오던 직무에서 밀려났을 때, 고도화된 AI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새로운 전문가로 탈바꿈하기란 현실적으로 지극히 어렵습니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도 그것은 내 몫이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결국 해답은 명확해집니다. 내 노동의 가치와 일감이 줄어드는 흐름을 내 힘으로 막을 수 없다면, 내 노동력을 대체해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릴 '그 기계들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과거에는 노동이 생산의 중심이었기에 일자리를 잃으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서는 노동이 만들어내던 부의 대부분이 AI 인프라와 로봇 기술을 쥐고 있는 극소수 선도 기업의 자본 이익으로 흡수됩니다. 노동 소득의 파이는 줄어들고 자본 소득의 파이가 기형적으로 커지는 구조입니다.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거나 몸값이 깎일 것을 두려워하며 방어선만 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내 일을 대신하게 될 AI 기술을 개발하고, 그 생산성을 독점해 나갈 기업들의 지분을 꾸준히 사 모아야 합니다. 노동자로서는 밀려날지언정, 주주로서는 그들이 벌어들일 막대한 잉여가치를 함께 나누는 자본가가 되는 것. 그것이 다가오는 고령화와 AI 충격의 교차점에서 우리가 반드시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자녀에게 남기는 한 문장
AI와 휴머노이드가 내 일자리를 위협한다면, 그 기술을 만드는 기업에 투자해 성장의 몫을 함께 가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