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이번 전쟁이 우크라이나처럼 장기전으로 흘러갈 거라고 하십니다. 저는 처음부터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이유를 하나씩 풀어드리겠습니다.
제 초기 예측은 이랬습니다. 이란이 아무리 강경하게 나와도, 호르무즈 해협만큼은 봉쇄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호르무즈를 막는 건 이란 스스로 자기 목을 조르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이란은 겉으로는 자급자족하는 나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주요 식량의 수입 의존도를 보면 현실이 얼마나 취약한지 바로 드러납니다.
밀과 의약품, 산업 기계류도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미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란의 식품 물가 인플레이션은 연 42%에 달했습니다. 쌀 가격은 7배, 렌틸콩과 식물성 기름은 3배가 뛰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까지 막혀 수입이 끊기면, 식량이 바닥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여기에 더해, 이란 정부 재정의 25~55%가 석유·가스 수출로 채워집니다. 그 에너지 수출이 막히면 정부 돈줄도 함께 끊깁니다. 이란 경제의 40%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혁명수비대와 최고지도자 연계 기관들도 자금이 말라버립니다.
호르무즈 해협 하나가 막히면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립니다. 전 세계 석유 공급의 약 20%, 글로벌 LNG(액화천연가스) 수출의 20%, 글로벌 비료 수출의 50%가 한꺼번에 타격을 받습니다.
▲ 이라크 바스라 원유 생산은 하루 330만→90만 배럴로 70% 가까이 삭감
에너지를 수입하지 못하는 나라들의 피해도 심각합니다. 카타르와 UAE에서 나오는 LNG는 파키스탄 수입량의 99%, 방글라데시 수입량의 72%, 인도 수입량의 53%를 차지합니다.
이 나라들이 언제까지 두고만 볼 수 있을까요? 수출을 해야 나라가 돌아가고, 수입을 해야 국민이 먹고살 수 있는 나라들이 해협 하나가 막혀 모두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이들에게는 군사적으로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야 할 강력한 동기가 생깁니다.
물론 이란의 군사력이 만만치 않고 담수화 시설 등 자체 인프라도 있어서 외부 공격이 쉽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식량 수입도 막히고 에너지 수출도 안 되면 이란 정부 재정이 무너지는 건 어차피 시간문제입니다. 버티는 쪽이 먼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사실 이란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호르무즈 봉쇄 의사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가 "협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란 정부, 즉 대통령실 쪽과 어느 정도 채널이 열려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문제는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가 정부와 별개로 독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란 군사력과 경제의 약 40%를 실질적으로 장악한 이 집단은, 외교부가 뭐라 해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도 자신들이 원하면 그 입장을 뒤집을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슬람 혁명수비대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면 나올수록, 결국 민심은 돌아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란 내부만이 아닙니다. 인접 국가들의 민심까지 함께 돌아섭니다. 이건 장기적으로 혁명수비대 입장에서 매우 불리한 흐름입니다.
트럼프가 노린 게 바로 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군사적으로 이란을 압박하는 게 아니라, 이란 내부와 인접 시아파 국가에서 혁명수비대가 민심을 잃게 만드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나라가 이라크입니다. 이라크는 이란과 같은 시아파 국가이고, 이라크 내 시아파 정당들은 이란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라크 민병대 중 상당수도 이란의 자금과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라크는 정치·군사적으로 미국과도 연결된 복잡한 구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호르무즈 봉쇄로 이라크의 원유 수출이 대폭 줄었고, 정부 재정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란과 연결된 민병대와 시아파 정당이 자국 경제를 망가뜨린 세력으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이란 편을 들었더니 내 나라 경제가 흔들렸다는 인식이 퍼지면, 이란과 연계된 세력들의 입지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혁명수비대는 이란 내부에서도 욕을 먹고, 같은 시아파 형제 국가에서도 민심을 잃는 이중 타격을 받게 됩니다.
이번 전쟁이 미국 입장에서 전혀 나쁘지 않은 측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첨단 제조업 유치 문제입니다.
미국은 지금 첨단 제조업에서 심각한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반도체, 철강, 그리고 특히 조선업은 처참한 수준입니다.
▲ 중국 국영 조선사 하나가 2024년 한 해 건조한 선박이 미국이 2차대전 이후 건조한 총량보다 많다
이런 현실을 인식한 바이든은 보조금으로, 트럼프는 관세로 첨단 제조업 기업들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려 했습니다. 그런데 관세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기업들이 입지를 결정할 때 결정적으로 고려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에너지 안보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일본, 대만처럼 첨단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에너지에 극도로 민감합니다. 에너지가 끊기면 반도체 공장이 멈추고, 배터리 공장이 멈추고, 정밀 제조 라인 전체가 마비됩니다. 이번 호르무즈 봉쇄는 그 공포를 이론이 아닌 현실로 눈앞에 보여줬습니다.
반면 미국은 세계 1위 산유국입니다. 호르무즈가 막혀도 에너지 자급이 가능합니다. 물론 봉쇄 여파로 미국 내 에너지 가격이 오르긴 합니다. 하지만 에너지를 아예 구하지 못하는 것과 비싸더라도 구할 수 있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공장 하나를 세울 때 기업 경영진이 묻는 질문은 "에너지가 얼마나 싼가"가 아니라 "에너지가 끊기지 않는가"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기업들은 관세 부담 외에 지정학적 리스크와 에너지 안보라는 두 가지 강력한 이유까지 더해져, 미국으로의 이전을 더 진지하게 검토하게 됩니다. 관세로도 부족했던 제조업 유치를, 호르무즈 봉쇄가 완성시켜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번 전쟁을 트럼프의 충동적 결정으로 보십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오바마 시절 체결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JCPOA는 이란의 핵 개발을 완전히 금지한 게 아니었습니다. 우라늄 농축 수준과 저장량만 제한한, 말 그대로 속도만 늦춘 구조였습니다.
▲ 군사시설 사찰도 최대 24일 지연 가능 —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은폐 가능한 구조
핵무기 운반 수단인 탄도미사일은 거의 규제 대상도 아니었습니다. 제재 해제로 풀린 자금이 헤즈볼라, 후티 등 중동 전역의 이란 연계 세력 지원에 고스란히 쓰였습니다. 협상이 핵 문제에만 집중된 사이, 이란의 중동 개입과 민병대 지원, 지역 패권 전략은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았습니다.
만약 트럼프가 JCPOA에서 탈퇴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오바마 시절 제재 해제로 자금력을 갖춘 혁명수비대가, 2025~2030년 선셋 조항이 풀리는 시점에 합법적으로 핵 능력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만으로 자국 여성을 학살하고, 이란 경제의 40%를 손에 쥔 군사 종교 독재 집단의 손에 핵탄두와 탄도미사일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시간문제였습니다. 그게 더 큰 비극이었습니다. 지금의 희생이 안타깝지만, 그 비극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저는 봅니다.
저는 지금도 이번 전쟁이 우크라이나처럼 장기전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란이 버틸 수 있는 실질적인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식량이 바닥나고, 에너지 수출이 막히고, 정부 재정이 흔들리면 혁명수비대도 결국 선택지가 없어집니다. 인접국들의 민심도 빠르게 돌아서고 있습니다. 같은 시아파인 이라크조차 이란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혁명수비대의 지역적 영향력 기반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강경하게 버티면 버틸수록 고립은 더 깊어지는 구조입니다.
트럼프가 노린 그림은 단순한 군사 승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이슬람 혁명수비대가 핵을 완성하기 전에 그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적 통제권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에너지 자급 능력을 무기로 첨단 제조업 기업들의 미국 유턴을 가속화하고, 혁명수비대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페제시키안 같은 친서방 인물의 실질적 권한을 확대함으로써 이란을 다시 국제 사회에 열린 나라로 되돌리는 것, 이 네 가지 목표가 동시에 맞물려 있습니다.
투자적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이 올여름 전에 끝날 거라고 보기 때문에, 지금 이 하락장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매수 시점은 https://bustudy.kr/calculator 참고) 단기 공포에 흔들리기보다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튼, 전쟁은 언제나 안타깝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고, 그건 어떤 논리로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어, 잘못된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한 소수 집단이 수천만 이란 국민을 볼모로 잡는 이 구조가 무너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슬람 혁명수비대가 완전히 몰락하고, 이란 국민들이 더 이상 그들의 손아귀에서 고통받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